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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권창남 회원님 개인전
등록일   12-08-21 10:16 조회수   7241

권창남 초대展

‘달’을 품은 조각”

향(鄕) - 달을 품다_90x48x73cm_오석_2012

장은선 갤러리

2012. 8. 22(수) ▶ 9. 1(토)

Opening 2012. 8. 22. pm 4:00-6:00

서울 종로구 경운동 66-11 | T. 02-730-3533

www.galleryjang.com

‘늘재’를 넘어 온 사내의 그리움

「상주는 일명 낙양(洛陽)이라고 하는데 새재 밑에 큰 도회지를 이루고 있다. 산세는 웅대하고 평야는 넓으며, 북쪽은 새재와 가까워서 충청․경기와 통하고, 동쪽은 낙동강에 임하여 김해․동래와 통한다.

육상을 통한 운송이나 뱃길을 이용한 운반이나 남북으로 통하여 수륙 교통의 요지를 이루며, 교역에 편리하므로 부자도 많고, 또 이름난 유학자와 높은 관리도 많다.

우복 정경세(愚伏 鄭經世)와 창석 이준(蒼石 李埈)이 모두 이 상주 사람이다.」

- 이중환, 「택리지」 ‘팔도총론’ -

향(鄕) - 달을 품다 8_64x33x46cm_대리석_2012

중견조각가 권창남 선생은 ‘달을 품은 조각’ 이라는 전시주제로 작가의 마음에 품고 있는 감정과 愛, 염원과 그리움들이 어우러진 조각세계를 표현한다. 예부터 전해 내려오는 전통적 고가구의 형태로 나타내어 좀더 우리정서에 안정감과 친근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하였으며, 묵직하면서도 장엄한 조각작품의 세계를 감상할 수 있다.

향(鄕) - 달을 품다 3_60x22x27cm_대리석_2012

작가는 어린시절 겪어왔던 고향 상주의 함창에 대한 향수를 떠올리며 작품속에 고스란히 담아 나지막히 표현하였다. 재료면에서도 기존의 우리가 알고 있는 전통 고가구에 일반적으로 쓰이는 나무재료와는 차별화된 대리석, 오석, 사암등의 주 재료인 돌(石) 의 재료로 표현하였으며, 깎고 새겨서 완전한 형태로 만들어 낸다. 작가의 조각에서는 우리가 지내온 삶, 혹은 앞으로 지내야 할 삶들과 밀착되어 표현된 조각언어라 할 수 있다. 이로 인하여 조각과 관객간의 소통을 좀더 가깝게 할 수 있는 매개체 역할을 한다. 그의 조각은 차가운 성질을 지닌 딱딱한 돌을 재료로 하였으나 작가만의 회화성을 띈 부드러우면서도 따뜻한 조각으로 창조해 내는 것이 특징이다.

향(鄕) - 달을 품다 _63x35x61cm_대리석_2012

작가의 장인정신으로 정교한 작업 계획에 따라 완성되어 지는 이번 달을 품은 조각전에서는 대부분의 돌의 형태를 채석 당시의 쪼개진 면을 그대로 살리거나 멋스럽게 구체화시켜 연마해낸다. 더하여 외형적인 면에서도 고가구의 모양과도 비슷한 형태를 띄고 있기 때문에 관객들로 하여금 친근감을 느낄 수 있는 계기가 된다. 돌들이 지닌 고유한 색과 무늬를 살리어 치밀한 계획아래 작품을 이루어 내는 조각에서는 내면적 울림마저 느껴진다. 권창남 작가의 조각에서는 고가구의 형태를 띈 작품과 마치 자연의 형상을 머금고 있는 것 같은 작품들도 있는데, 옛 선조의 얼처럼 고풍스런 느낌까지 자아낸다.

향(鄕) - 달을 품다 9_64x38x62cm_대리석_2012

향(鄕) - 달을 품다 7_64x38x62cm_대리석_2012

이번 전시에서는 고향과 가족을 향한 애(愛)를 느낄 수 있으며, 따스한 소망을 품은 조각들의 신작 20여점을 선보인다.

향(鄕)- 기억_55x15x35cm_사암_2012

향(鄕) -휴식_35x15x55cm_사암_2012

권창남 선생은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조소과 및 상명대학교 예술대학원 조각과 졸업. 7회의 개인전과 한국현대 미술전(서울시립미술관 경희궁분원), 현대조각초대전(춘천 MBC), 대한민국 미술대전(국립 현대미술관), 한국 현대 조각 초대전(춘천문화방송) 등 115여회의 단체전에 참여하였고, 강원대, 인하대. 서울예고를 출강하며 왕성한 작가활동을 해오고 있다.

향(鄕) - 안식_28x28x50cm사암_2012

권창남은 바로 그곳 상주 함창 사람이다.

‘부자도 많다.’고 하였지만 7남 2녀(권창남은 막내이다.)의 대가족의 살림살이는 가장 사랑 받았을 늦둥이 막내조차도 피해갈 수 없는 녹록치 않은 생활이었음은 물론이다.

대학에의 진학 자체가 무리로 보였던 가세(家勢)에도 그는 조각의 길을 택하였고, 부모님과 다섯의 형을 잃기도 하였지만, 50줄에 접어드는 지금은 두 딸을 거느린 가장으로 아내와 함께 단란한 가정을 꾸리고 있다.

‘고향’, ‘어머니’, ‘아버지’, ‘그리움’, 모두 떠올리기만 하여도 가슴이 먹먹해지는 단어들이다.

권창남의 작업에는 그러한 먹먹함으로 고향 함창의 정서가 오롯이 녹아 들어있다. ‘상주 함창 공갈못 연밥 따는 노래’는 오석 특유의 묵색(墨色)의 변주(變奏)가 고즈넉이 번지는 간결하게 추상화된 연꽃 모습으로, ‘수련을 바라보다’(2005년)에 녹여지고, 두고 온 고향의 집과 산천은 ‘꿈꾸는 집’(2008년)으로 형상화 되고 고달픈 도시생활과의 경계에서 방황하기도 한다. 그리고는 그 고향으로의 귀환을 준비하고 ‘그 곳에 가면’(2011년) 무엇이 그를 반겨 줄까를 상상한다.

이제는 가슴에 묻어둔 고향과 부모님, 형제들에 대한 그리움이다. 그 그리움은 단순한 향수가 아니라, 드러낼 수 없는 사무침이다. 그 사무침이 사랑방에 놓였던 서안, 안방의 한 자리를 차지하던 반닫이 등을 통하여 스멀스멀 기지개를 켜고, 어머니의 환한 미소가 달 항아리의 모습을 빌어 두둥실 떠오르고 있다. 서안은 윗사람으로서, 가장으로써의 권위를 상징하고 있으며 이는 곧, 아버지나 형들의 모습일 것이고, 반닫이는 어머니의 모든 추억이 서려있는 보물창고로 치환할 수 있을 것이다.

권창남의 작업 중심재료는 저제나 이제나 돌(石)이다.

그가 그토록 다루기 힘든 돌을 고집하는 것은 돌이 지니고 있는 물성 자체에 천착하기 보다는 근본적인 성격을 규명해 내려는 노력으로 보인다. 단순하게 돌에 흠집(?)을 내거나 형상을 구체화시킴으로써 단지 관객의 시선을 붙들어 두려는 것이 아니라, 정교한 작업계획에 따라 채석당시의 쪼개진 면을 그대로 살리거나 정을 들이대고, 끊임없이 연마하여 각기의 돌들이 가지고 있는 고유의 색과 무늬를 속살까지 완전히 드러내고 있다. 이러한 그의 작업과정은 구도자의 수행과정과도 같고, 그 결과물에는 구석구석 장인의 손길이 느껴진다.

거대한 덩어리의 통 돌을 갈고 다듬던 예전의 작업방식과는 달리, 이번의 ‘향-달을 품다’에서는 판돌(板石)이 이용되고 있다. 뿐만이 아니라 여러 종류의 돌들이 함께 어울러 지고 있기까지 하다. 판석들을 정교하게 짜 맞추고 장석부분이나 고리, 자물통 부분에 성격이 다른 돌들을 붙인 다음 정교하게 다듬는 다거나, 문양 하나하나에도 빈틈을 보이지 않고 다루어 나가고, 게다가 보이지 않는 부분(보기 어려운 부분)에 까지 완벽함을 추구하는 치밀함을 보이고 있는 그의 작업과정은 장인정신의 발현에 다름 아니다.

이러한 장인정신으로 권창남은 돌과 하나가 되어간다.

‘전에는 내가 돌을 다듬었지만 전시를 거듭할수록 돌이 나를 다듬어 간다.’는 작가 자신의 변처럼, 이제는 돌의 성격을 규명해 낼 뿐만이 아니라 그의 성격조차도 돌과 하나가 된 듯하다.

그의 작업은 싯다르타의 일갈과 같다.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늘 그렇듯 권창남의 작업은 사무치는 그리움과 함께 오롯이 그만의 몫이다.

‘늘재’는 이중환이 ‘가히 복지(福地)이다’라 한 청화산에 있는 고개로 옛적에는 경북상주에서 충북괴산으로 넘어가서 서울로 가는 유일한 길이었다

2012년 8월

최광천(서울예술고등학교 교사)

향(鄕) - 달을 품다 8_100x48x75cm_오석_2012